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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드루이드수련기

뿌리파리를 뿌리 뽑는 법 - 두 달의 기록

by 무책임 함장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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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들 - 계피 스틱, 과산화수소, 님 오일, 노란끈끈이

뿌리파리 퇴치기. 그들이 떠났다.

 

10월 첫 주말에 집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실내에 넣어둔 화분들에 작은 날벌레가 많이 생겨 있었다. 집을 비우기 전에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자연 발생설"을 안 믿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그 주말만 기온이 아주 이상하게 높기도 했다. 며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수가 어마어마해져서 겁이 났다. 검색 끝에 녀석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뿌리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드루이드 레벨업을 위한 본격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퇴치를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고, 두 달간 꾸준히 통제한 끝에 사라졌다. 사라졌다고 생각이 드는 시점부터 별다른 추가 조치없이 물만 주면서 다시 3주를 보냈는데 여전히 깨끗해서 기록을 남긴다.

 

- 뿌리파리가 창궐했음을 발견: 2020년 10월 4일

- 뿌리파리가 사라졌다고 느낀 날: 2020년 11월 30일

- 뿌리파리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음을 확인: 2020년 12월 19일 2022년 2월까지도 만족 중

- 대상: 작은 채소 및 과일 화분 약 100여 개 


0. 요약

 

여러 방법을 같이 시도해서 단언하기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수는 과산화수소나 님 오일을 물에 희석하여 뿌려주는 것, 그리고 동시에 노란 끈끈이를 요술봉처럼(?) 휘둘러 도망가는 성충들을 잡는 것이다. 작은 화분이 수십 개 있어서 녀석들이 누빌 필드가 넓은데도 효과가 있었다. 아래 두 달 간 시도했던 순서대로 드루이드 묘약의 장단점을 적어두었으며 내게는 큰 고민이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시나몬 파우더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카푸치노 마실 때 쓰는 시나몬 파우더만 화분마다 흙에 톡톡 뿌려줌. 뿌리파리들이 향을 싫어하며 도망치는 게 보였고 한 사흘 정도 날아다니는 수가 좀 줄었다. 흙이 얼룩덜룩해지고 잎에 묻을 경우 빨리 닦아내지 않으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집에서 계피 냄새가 계속 난다.

- 큰 도움이 된 글1: m.blog.naver.com/isyoon71/222012566648

- 큰 도움이 된 글2: gall.dcinside.com/board/view/?id=tree&no=292471&_rk=OmR&page=1

 

 

2. 마요네즈 + 물 

계란 노른자가 해충을 막아준다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화분에서 계란 냄새가 나면 싫을 것 같아 직접 주기 꺼려졌다. 대신 노른자가 들어간 마요네즈를 이용한다는 글도 많이 있어서 시도. 사실 마요네즈가 없어서 아이올리 소스를 한 티스푼 정도 국그릇 양의 물에 잘 개어 흙에 숟가락으로 뿌려줌.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희석액의 밀도가 높고 마르면 흙이 딱딱하게 굳어 뿌리가 약한 어린 식물 화분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 큰 도움이 된 글1: igwifi.tistory.com/88 

- 큰 도움이 된 글2: news.joins.com/article/23881306

- 큰 도움이 된 글3: m.blog.naver.com/leekp3158/80191709915

 

 

3. 계피 스틱 + 계피 스틱 끓인 물

다시 계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 이번엔 계피 스틱을 잔뜩 사다가 화분마다 꽂아주고 일부 스틱은 끓여서 그 물을 좀 희석해서 흙에 뿌려주었다. 게다가 계피 스틱은 화분에 꽂으면 좀 멋져 보인다. 계피를 쓸 때마다 잠시 동안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화분 수가 적고 초기 단계면 통제 가능할지도. 

- 큰 도움이 된 글: blog.daum.net/tjrrr0304/16303

 

 

4. 대파, 바질 화분 섞어서 곳곳에 배치

뿌리파리는 향이 강한 식물들을 싫어한다는 글을 봐서 다른 화분들 곳곳에 대파와 바질 화분을 섞어 배치해주었다. 실제로 이 두 식물에게는 뿌리파리가 많이 생기지 않았다. 특히 대파 흙 화분에는 거의 생기지 않았다. 

 

 

5. 고춧가루 + 물 

고추나 마늘로 만든 유기농 살충제를 많이 봤기 때문에 요리용 고춧가루를 한 티스푼 분무기 용량의 물에 희석하여 흙에만 뿌려주었다. 체에 걸렀어도 작은 입자가 분무되는 구멍을 자꾸 막아서 몇 번을 씼었는지 모른다. 딱히 추천하지 않는다. 효과를 잘 모르겠다. 

 

 

6. 노란 끈끈이

슬슬 화분을 넘어 책상까지 한 두 마리가 날아와 성가시게 굴기에 끈끈이를 여러 번 사다가 화분마다 꽂아주었다. 이 방법은 너무 직접적 포획이어서 진짜 싫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단계에서 뿌리파리가 생각보다 얼마나 많은지, 노란색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틀에 한 번은 몸서리치며 끈끈이를 교체해주어야 했다. 끈끈이를 흙과 닿은 화분 벽 테두리를 따라 둘러주거나 산적용 나무꼬치에 붙여서 길게 세워 꽂아주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드루이드 묘약들을 사용할 때, 혹은 화분을 흔들어서 날아다니는 성충들이 보일 때, 휘둘러 잡아주면 통제하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끈끈이가 너무 강력할 경우 조심하지 않으면 교체 과정에서 식물 잎에 찰싹 붙어버리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7. 바세린 + 포스트잇 (노란 끈끈이 대용)

노란 끈끈이는 미리미리 교체하지 않으면 보고 싶지도 만지고 싶지도 않게 된다. 일회용으로 사다가 자주 버려야하는 게 아까웠다. 바세린을 노란 포스트잇에 바르면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하기에 시도. 그런데 내가 잘못 만들었는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만들 수 있다면 무척 유용할듯.

- 큰 도움이 된 글: 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ing&logNo=130142414739&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 큰 도움이 된 영상: www.youtube.com/watch?v=WkN2M7Q36AI

 

 

8. 과산화수소 + 물 희석

대부분 먹는 채소들을 기르고 있어서 위의 과정까지 어떻게든 친환경 방법으로 버텨보려고 했다. 그러나 화분 통풍을 위해 흙을 뒤섞다가 투명하고 꿈틀거리는... 녀석들의 유충을 보고야 말았다. 농가에서도 과산화수소를 뿌리거나 채소 잎을 아주 묽게 희석한 과산화수소 용액에 소독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마트에 달려갔다. 3% 과산화수소 용액을 사서 큰 페트병에 다섯 뚜껑 정도를 넣어 시작했고, 나중에는 열 뚜껑 넘게 넣었다. 흙에 흠뻑 뿌려주면 화분 받침으로 빠져나온 물에 죽은 유충들이 보이므로... 효과는 확실하다. 고농도로 주거나 자주 사용하면 안 된다. 뿌리파리 수가 많이 보이면 3일 정도 기다렸다가 희석액을 다시 뿌려주었고, 되도록 일주일에 한 번만 사용하려 했다. 다음 날이나 이틀 뒤에는 화분에 그냥 맹물을 주었다. 유충에는 확실히 작용한다.

- 큰 도움이 된 글1 (정말 재밌게 읽었음):  blog.naver.com/professionaldog/221519805230 

- 큰 도움이 된 글2: m.blog.naver.com/brio76/221577016779

 

 

9. 유기농 살충제 (고추, 마늘 성분)

과산화수소만으로는 이미 날아다니는 성충을 통제하기 어려워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친환경 살충제를 사와서 ($11.71, 버닝스) 화분의 주변과 화분 받침에만 뿌려주었다. 고추와 마늘 성분의 살충제였는데 냄새가 엄청 독하고 맵다. 확실히 뿌리파리들도 싫어하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주변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죽은 성충들을 볼 수 있다. 나한테 맵고 독한 건 식물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걸 명심하자. 

- 큰 도움이 된 글: www.reddit.com/r/houseplants/comments/cz1vfy/any_australians_dealing_with_fungus_gnats_this/

 

 

10. 님(Neem) 오일 + 물 희석

묘약들은 모두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해야 했다. 덕분에 뿌리파리가 영어로 fungus gnats 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하겠다). 님나무 추출 오일이 확실하다는 정보가 제일 많았으나 가격도 좀 있고 사러 멀리까지 가긴 싫어서 버텨왔지만 더는 물러설 곳이 었었다. 과산화수소는 효과가 있었지만 유충들만 죽고 이미 자란 성충들이 계속 알을 낳는 걸 막을 순 없어 보였다. 위의 살충제와 함께 님 오일 농축액을 사다가 ($21.88, 버닝스) 큰 페트병을 이용해 1:250 정도로 물에 희석하여 주었다. 물에 오일이 잘 안 섞이니 중성 세제를 아주 소량 쓴다는 설명이 많았는데 한 번은 그렇게 했으나 없어도 세차게 흔들면 오일이 꽤 잘 섞여서 그 다음엔 쓰지 않았다. 다만 님 오일은 냄새가 좋지 않으며 고농도로 주거나 자주 주면 흙의 좋은 성분도 죽인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주지 않았다. 님 오일 희석액은 사용하면 며칠 뒤 효과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끈끈이에 잡히는 성충 수도 줄어드는 게 보인다. 화분 받침에 빠져 나온 님 오일 희석액을 한 번 정도씩 재사용했다. 첫 사용일은 11월 10일이었고 약 3주 뒤 뿌리파리가 사라졌다고 느꼈다.

- 큰 도움이 된 글1: www.epicgardening.com/fungus-gnats/

- 큰 도움이 된 글2: plantsinabox.com.au/blogs/news/best-way-to-get-rid-of-fungal-gnats

- 큰 도움이 된 글3: homesteadandchill.com/get-rid-of-fungus-gnats/

 

 

11. 그 외

 

검색하면서 많이 봤던 또 다른 묘약들로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빅카드라는 농약이 있었고, 비오킬이나 EM 발효액도 효과가 좋다는 글이 꽤 있었다. 헌 흙을 버리고 새 흙으로 분갈이를 빨리 하고 화분 위를 겨나 마른 모래 등으로 건조하게 덮으면 좋다는 글도 많았다. Mosquito bits 를 추천한 영상들도 있었다.

- 큰 도움이 된 영상: www.youtube.com/watch?v=AChMLYMp4y4

 

 

12. 마치며

 

분갈이를 할 때마다 죽는 식물들이 생겨 최대한 흙을 엎고 싶지 않아서 (사실은 새 흙을 사오기 귀찮아서) 위에 소개한 방법들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시간과 노력이 더 들었다. 가급적 친환경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이 방법 저 방법 도전해보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 녀석들이 사라졌다고 방심하는 순간 다시 돌아온다는 글도 많이 봐서 아주 가끔씩 남은 님 오일 희석액을 뿌려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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