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드루이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혹독한 실패가 있었으나 새 환경에서 다시 수련하기 위해 흙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소독해 두었다. 펄라이트도 준비했고 새 흙도 섞어주고 화분도 재정비했다. 날씨가 아주 따뜻해질 때까지는 반드시 모두 실내에서 키우기로 하고 과습, 통풍 두 가지를 잘 신경 쓰기로 했다. 착수 전에 한국 드루이드 오라버니의 조언도 구했고 또 다시 여러 가지로 큰 위로를 받았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농부의 마음으로 접근한다. 허브는 수확을 목적으로 하고, 나머지 식물들은 집을 오래 비울 일이 생기거나 챙겨줄 사람을 못 구하면 강 옆 화단에 옮겨 심기로 마음먹었다. 절대로 정을 너무 주지 않기로 했다. 딱 과학 탐구 보고서 쓰던 마음으로. 지금 바질, 로즈마리, 파, 체리, 레몬, 파프리카, 아보카도를 키우고 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체리가 잘 커서 기쁘다. 마트에서 체리를 사서 먹고 씨앗 15개로 시도했는데 그 중 6개에서 싹이 났다. 나머지 9개는 더 기다리다가 소식이 없어 5주 째에 포기했다. 평소에는 과육을 먹고 당연히 버리는 씨앗이었는데 이렇게 버리자니 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정을 주는 것을 계속 경계하며 확실하게 포기했다. 싹을 틔운 녀석들은 기특하게 잘 자라고 있다. 아침 몇 시간만 햇볕에 두고 실내에 넣었다. 계속 잘 자랐으면.
체리 씨앗 발아시키기
1. 체리를 잘 먹고 씨앗에 과육이 남지 않게 깨끗이 씻는다.
물에 담가보고 둥둥 뜨는 씨앗은 포기하자. 쭉정이다.
2. 씨앗을 하루 정도 말린 후 망치로 살살 때려서 겉의 단단한 껍질을 부수고 속 알맹이만 챙긴다.
이 때 힘 조절을 못하면 속의 씨앗도 같이 부서지니 유의한다. 작은 호두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펜치, 니퍼, 스패너, 가위 등을 이용해 가르는 건 실패했다. 망치가 제일 낫다.
3. 적당한 용기에 휴지를 충분히 적셔서 깔고 씨앗을 띄엄띄엄 놓는다.
다시 물에 젖은 휴지를 씨앗 위에 얇게 덮어 지퍼백에 넣었다.
밀봉하지는 않았고 실내에 두었다. 따뜻하면 좋다.
4. 하루에 한 번 정도 꺼내서 살짝 환기시켜주고 적당한 시점에 휴지를 교체해준다.
방심하면 곰팡이가 생기니 주의하면서 항상 분무기로 촉촉하게 유지했다.
5. 2주가 지나니 제법 그럴듯하게 싹이 났고, 3주차에 흙으로 옮겨주었다.
씨앗이 약간 드러나게 살짝만 묻었다.
타가 수분 이야기가 있어서 단독으로 심지는 않았지만 너무 먼 이야기다.
- 도움이 된 영상/블로그:
https://www.youtube.com/watch?v=UJXxX-st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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